Gamestop 공매도는 오히려 정치적으로 중요할 수 있다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것처럼, 게임스탑(Gamestop, GME)의 공매도와 관련해서 여러 주장이 난무하고 있다. 그중 가장 인기있는 주장은 바로 게임스탑이 자신의 주 고객인 헤지펀드의 압력으로 인해 매수 버튼을 삭제했다는 것이다. 나는 이것이 음모론이라고 생각하는데, 이와 관련해서는 단지 증거금 잔고의 문제로 일시적인 거래를 중단했다는 다른 설명들이 훨씬 신빙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와 관련해서 읽을 만한 글들은 아래와 같다. (트윗은 타래니 들어가 보는 것이 좋다.)

그렇지만 이 사태에서 오히려 더 중요한 것은 정치적 문제라고 생각한다.

공매도라는 게 진짜 정보집합으로서의 가격기구에 대한 극한의 신뢰를 보여주는 장치라는 점에서 시장주의의 첨병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는데, 정작 게임스탑의 공매도를 둘러싼 다툼이 넓게는 2008년의 금융위기 해결과정을 둘러싼 정치적·역사적 기억에 둥지를 틀고 있다는 점에서 재밌는 아이러니라고 할 수 있다.

사실 동전주(pennystock) 하나에 대해서 한타싸움 걸었으니 이긴 거고, 더 큰 마켓으로 가면 아무리 미국 개미들이라고 해도 이길 수가 없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진짜 놀란 건 금융 제도권과 금융권 엘리트들에 대한 엄청난 반감과 분노. 소수 일탈일지 몰라도 저런 공통기억의 존재가 정치적으로 중요하다고 본다.

요컨대 08년의 금융위기는 경제적으로는 치유하는 데 성공했더라도 정치적으로는 여전히 상흔으로 남아있다고 할 수 있겠다. 버냉키가 지은 〈행동하는 용기〉를 읽어보면 일단 시스템 전체의 파국은 막아야 한다는 버냉키의 말에는 동의하게 되면서도, 어마어마하게 돈 타가는 소위 월가에 대한 혐오감이 안 생기기도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물론 버냉키의 설명 보면 결국 지원해서 손해 본 건 없다. 금융사에 증권 형태로 지원하더라도 나중에 경제가 회복되면 주가가 상승하는 방식으로 지원한 금액 이상은 다 얻어내서 오히려 이득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보통 유동성 제약이라는 게 취약계층에게 훨씬 가혹하다. 이 점을 생각해 보면 제대로 다뤄지지 못한 거대한 분노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아래의 레딧글은 추천도 많이 받았고, 이런 망딸리떼를 잘 보여주는 글인 것 같아서 가져왔다.

Your continued existence is a sharp reminder that the ones in charge of so much hardship during the ’08 crisis were not punished. (…) You can get every mainstream media outlet to demonize us, I don’t care. I’m making this as painful as I can for you.

Reddit r/wallstreetbets. (2021. 1. 28.). An Open Letter to Melvin Capital, CNBC, Boomers, and WSB.

아래는 스티븐 킹의 워싱턴포스트 칼럼. 사과가 담긴 카트를 엎어버릴 사람이기 때문에 트럼프를 좋아한다는 Annie의 말은 어딘가 비슷한 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But why?” (…) I pointed out that Trump had no experience. Annie nodded as if it were her point. “I like that. He’s a business guy. He’ll shake things up, kick over a few apple carts.”

Stephen King. (2020. 10. 30.). I’ve come to understand what 2016 Trump supporters wanted. It’s not 2016 anymore. The Washington 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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