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학대와 1종/2종 오류

To Err is Human: What are Type I and II Errors? - Statistics Solutions
1종 오류와 2종 오류(출처: https://www.statisticssolutions.com)

아동학대 문제는 통계학의 1종/2종 오류의 관계와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아동학대 상황인데도 학대가 아닌 걸로 되는 상황(2종 오류)을 줄이려면, 학대가 아닌데도 일단 학대로 의심하는 접근(1종 오류)을 늘려야 한다. 그런데 이건 결국 부모-아동 관계에 대한 해당 사회의 관점을 획기적으로 바꾸는 일이다.

근대국가가 성립하고서 가장 성공적으로 이룩한 성취가 있다면, 국내에서 폭력을 독점하는 일이다. 군대를 국군으로 통일하고, 경찰 질서를 확보해 사인간 폭력 행사를 막는 건데 이게 아직까지 잘 안 되는 영역이 사실 있다. 바로 집이다. 성폭력, 부부간 학대, 아동학대… 다 여기서 벌어진다.

그런데 이런 공간에서 벌어지는 폭력은 순전히 사적 공간에서 벌어지는 만큼 입증이 쉽지 않다. 특히 피해자가 아동이라면 더욱 그렇다. 결국 여러 단서(보육기관, 의료기관 등의 관찰)를 통해서 추론하는 수밖에 없는데, 이건 1종 오류와 2종 오류의 관계와 똑같다2. 이런 관점에서 한국은 1종 오류를 줄이는 데 맞춰진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아동학대에 있어서는, 지금 입양부모들이 편견으로 받는 의심만큼 오히려 친생부모들도 그런 의심을 언제나 받는 사회가 되는 방향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의심을 받는 친생부모조차도 그런 일을 납득하는 사회로 나아가야 하는데, 결국은 사회의 가족관 자체에 대한 문제라 어려운 일이다.

거칠게 말해 아이가 덤벙대서 무릎에 상처가 많아도, 이걸 보고 어린이집 선생님이나 의사가 신고하고, 부모/아동이 전문기관의 조사를 받는 걸 이상해 하지 않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런 1종 오류를 당연하게 여길 때… 우리는 은폐된 아동학대라는 2종 오류를 줄여나갈 수 있다고 본다.

“어떻게 부모가 돼서 그럴 수 있냐”는 반응 대신, “부모라도 그럴 수 있다”는 반응이 더 나와야 한다. 모두가 표준적인 정상 부모이고 단지 저런 악마들이 이따금 등장할 뿐이라는 믿음의 등불이 계속해서 타오른다면, 그 등잔 밑의 폭력의 공간은 여전히 어둠 속에 가려져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각주

  1. 가설검정을 하는 과정에서 1종 오류와 2종 오류는 다른 조건이 같다면(표본 수가 일정하다면) 어느 한 쪽을 늘리지 않고서는 다른 쪽을 줄일 수 없는 반비례 관계에 있다고 할 수 있다.
  2. 가설검정을 하는 과정에서 1종 오류와 2종 오류는 다른 조건이 같다면(표본 수가 일정하다면) 어느 한 쪽을 늘리지 않고서는 다른 쪽을 줄일 수 없는 반비례 관계에 있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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