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리를 먹지 않고 키운다면 나무가 될까?

흥미로운 트윗을 하나 봤는데, 본 김에 적어본다. 트윗을 쓴 분은 최근 호주 브리즈번에 방문해 이 나무고사리를 보시고 놀란 듯하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안타깝게도 한국에서 먹는 고사리를 키운다고 해서 이런 고사리가 되진 않는다. 보통 한국에서 식용 고사리로 사용되는 종은 Pteridium aquilinum인데, 기껏 다 자라도 1m다. 그런데 사진 속의 고사리는 나무고사리로, 나무고비목(Cyatheales)에 속해 고란초목(Polypodiales)인 한국에서 주로 먹는 고사리와는 목 단위에서 차이가 나게 된다.

참고로 나무고비목과 고란초목은 고사리류에 속하는데, 계통분기도를 보면 가장 최근에 갈라져 나온 종류이다. (물론 고사리가 언제 나왔는지를 생각해 본다면 당연히 지질학적 수준에서 최근이다) 또한 현존하는 고사리 종류 중 대부분이 고란초목에 속해 있다는 점이 특기할 만하다.

키아테아과와 딕소니아과의 구분. 출처는 아래 표기.

나무고사리는 대개 키아테아과(Cyatheaceae)와 딕소니아과(Dicksoniaceae)에 속해 있다. (다른 과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저 두 과가 지배적이다.) 둘을 구분하는 법은 꼬투리/털의 존재와 포자낭의 모양이다.

사진만 보고서 쉽사리 구분하긴 어렵지만, 해당 트윗을 쓴 분이 최근 호주 브리즈번에 방문했다는 사실로 미뤄 볼 때 Dicksonia antarctica일 듯하다. 이 딕소니아 종은 호주 남동권에서 가장 흔하게 만나볼 수 있는 나무고사리 중 하나기도 하다.

위에서 보면 저런 모습이지만, 옆에서 보면 사실 기둥이 있고 기둥 끝에서 줄기가 뻗어나오는 구조이다. (나무고사리들이 보통 이런 모양으로 생겼다). 이 종은 다 자라면 보통 4-5m 정도라고 한다. 그런데 한국인의 시선에서 궁금한 건 역시 식용 여부가 아닐 수 없는데(…) 기둥 위쪽과 새순을 먹을 수는 있다고 한다. 특히 기둥에 전분이 많다고.

옛 기록에 따르면 호주 원주민도 먹었다고 한다. 새순은 크기가 큰데 데쳐먹으면 아스파라거스나 샐러리, 무와 비슷한 식감이라는 얘기가 있다. 직접 먹어본 사람의 후기에 따르면 기둥 윗면이 제일 먹을 만하다고 한다. 여튼 한국처럼 나물로 먹긴 힘들 것으로 보인다(일단 딕소니아과답게 털이 무척 많다. 이걸 제대로 처리하기 전에는 쉽게 먹기는 힘들지 않을까?).

이런 Dicksonia antarctica는 호주에서 주로 자라는 종이기는 하지만, 국내에서도 만나볼 수 있다. 당연히 국내에서 자생하는 것은 아니고, 경기도의 국립수목원 열대식물자원연구센터 열대온실에서 키우고 있다. 현재는 코로나로 인해 개방은 안 한 것으로 보이지만, 웹진에서 이렇게 다룬 적이 있다.

2021. 1. 12. 추가

한 분의 말씀에 따르면 새순 모양 때문에 오히려 키아테아과일 가능성이 높아보인다고. 이 경우에는 역시 퀸즐랜드에서 흔한 Alsophila australis나 Sphaeropteris cooperi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참고한 자료

  1. 로빈 C. 모란. (2010). 양치식물의 자연사(김태영 옮김. p. 121). 지오북.
  2. Dicksonia antarctica. (Wikipedia, https://en.wikipedia.org/wiki/Dicksonia_antarctica)
  3. Sphaeropteris cooperi. (Wikipedia, https://en.wikipedia.org/wiki/Sphaeropteris_cooperi)
  4. Alsophila_australis. (Wikipedia, https://en.wikipedia.org/wiki/Alsophila_austral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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