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계급 부모와 노동계급 부모의 양육 차이: Unequal Childhood

요 며칠 사이 화제가 된 네이트 판 글은 불평등이 생성되는 장소로 가정을 주목하고, 그 주요 경로를 계급에 따라 문화자본이 전달되는 형태가 달라진다고 보는 점에서 사회학자 Annette Lareau가 쓴 책인 〈Unequal Childhoods: Class, Race, and Family Life〉에서 주장하는 바를 짚는 측면이 있음. 단지 개인 한탄으로 보기 어렵다.

지금은 유펜에 있는 Lareau가 미국에서 초등학생 정도 되는 아이들과 그 가정을 인터뷰하고 참여관찰한 결과물인데, 저자의 주장은 중산층 부모와 노동계급 부모의 양육 형태가 다르고, 이 과정에서 문화적 자본의 불평등이 나중에 여러 공식기관(=학교 등)에서의 차이로 이어진다는 것. 이걸 정리한 표가 아래와 같다.

저자 Lareau 본인이 정리한 표인데, 출처는 아래에 나와있다.

가령 중산층 부모는 아이의 시간을 굉장히 세심하게 통제해서 다양한 경험과 프로그램으로 채워넣고, 언어사용이 풍부할 뿐만 아니라 부모-자녀 사이의 논쟁과 협상이 이뤄지며, 학교 교육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교사, 의사 등 전문가에게 자신의 주장과 의견을 피력하는 일을 꺼리지 않음.

이게 아이에게 자격(entitlement)에 대한 양식을 키워주는데, 반대로 노동계급 부모는 아이가 알아서 자기 시간을 보내게 냅두고, 부모-자녀의 언어 사용이 대체로 지시-수용이며 공식적인 기관과의 관계에서는 수동적이고 잘 개입하려 들지 않음. 여기서 아이가 겪는 건 제약(constraint)의 양식.

그런데 사회에 존재하는 여러 공식적인 기관들이 요구하는 규준이, 결국은 중산층 가정이 양육 과정에서 전달하고 훈련하는 문화적 논리와 유사하기 때문에 중산층 자녀들이 이득을 얻는다는 것. 이게 결국 가정이 불평등이 재생산되는 통로가 되는 이유이자 과정이라는 게 저자의 주장임.

아래 글에서 나타나는 특징적인 부분은 아래와 같다.

  • “흙수저 부모님은 학원이 공부하는 곳이라고만 생각해서 인강으로만 때우라고 하는데 / 학원은 10대 애들끼리 친목도 하는 곳이라는 걸 이해 못함.”
  • “나는 그때 / 자식이 학교에서 친구 문제로 스트레스 받으니까 / 이사보내 줄 수 있는 부모님이 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음.”
  • “나도 초등학교 때 비슷한 경험 있었는데 / 부모님이 도움 안 되는 훈계만 좀 늘어놓고… / 결론적으로 내가 알아서 해결해야만 했음.”

이게 가리키는 게 한국에서 학원 뺑뺑이가 단지 인적자본(학력)을 키우는 데 그치는 게 아니라 시간을 설계하고 보내는 양육방식의 차이라는 것. 또한 중산층 부모들은 언제든 공공기관에서의 활동에도 적극적으로 개입할 자세가 되어 있음. ‘일치단결된 양육’의 특성이 보이는 것. 반면 작성자의 경험은 전형적인 ‘자연스러운 성장’을 보여주는 부분. 자녀의 삶을 세심하게 통제하고 교육기관에 적극적으로 나서기보다는 그냥 자녀가 스스로 해결하게 냅둠.

결국 통제된 방식의 양육이 오히려 자율성을 갖고 문화자본을 적절히 활용하고 다룰 줄 아는 결과를, 자연스럽게 냅두는 양육이 제약을 체화하는 결과를 낳는 아이러니. 그런 점에서 이 판 글은 한국도 어린 시절의 다양한 부분에서 문화적 차이가 이미 나타나고 있다는 신호로 봐도 좋을 듯.

대체로 농업 등 1차산업이 지배하고 부모들도 똑같이 비슷하게 잘 모르고 가난하던 한국에서, 경제성장을 통해 서로 다른 계급의 부모들이 나타나고 다른 방식의 양육을 하기 시작함. 저 글은 한국에서 문화적 불평등이 어린 시절의 경험에서 작동하고 있는 여러 측면을 짚어낸 글 같음.

참고해 볼 만한 자료

  1. 위에서 나온 표는 저자 본인이 내놓은 단행본인 〈Unequal Childhood〉를 직접 축약해서 실은 글에서 발췌했음. 읽어 보면 압축적으로 내용을 파악하기에 좋음. Lareau, Annette. “Unequal Childhoods: Class, Race, and Family Life.” Social Stratification, pp.926-936.
  2. Lareau의 연구는 한국어로 번역본도 나와 있음. 에코리브르에서 나온 〈불평등한 어린 시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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