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달에게 준 서(贈季達序)

우리 종제(從弟) 계달이 금년 사마시(司馬試) 초시(初試)에 합격하였다가 얼마 뒤 복시(覆試)에 낙방하자, 나는 한편으로 그를 위로하고 다른 한편으로 축하해 주었다. 옛날 조말(曹沫)이 노(魯)나라 장수로 제(齊)나라에 세 번을 패했다가 규구(葵丘)에서 회맹(會盟)할 적에는 칼 한 자루로 만승(萬乘)의 군주를 위협하여 세 번의 패전에서 잃은 땅을 떨어진 물건 줍듯 손쉽게 회복하였는데, 그 어찌 전에는 비겁하고 뒤에는 용맹해서였겠는가. 분발하여 용기가 격발된 것이다.

분발은 용기의 길잡이이고 상실은 획득의 계기이니, 분발하지 않으면 용기를 낼 수 없고 잃지 않으면 꼭 얻으려고 노력하지 못한다. 이제 우리 종제는 한 번 잃고 분발하였으니, 이 기회에 용기를 가다듬어 반드시 얻고야 말리라고 다짐한다면 틀림없이 기대한 대로 될 것이다.

세상 사람들은 과거에 응시하여 한번 낙방하면 반드시 시험관을 원망하는데, 이는 사리를 모르는 행동이다. 우리 종제의 자질로 성률(聲律)을 익혀 과거 공부를 하는 것이 어찌 오늘날 요행으로 합격을 바라는 자들보다 못하겠는가마는, 치밀히 공부하여 백발백중인 이들을 따르기는 어림도 없는데, 이러고도 시험관을 탓할 수 있겠는가.

종제는 앞으로 더욱 분발하고 정신을 가다듬어 매일 경전에 힘을 쏟되, 충분히 익히고 쌓아 문장으로 드러나게 해야 할 것이다. 그리하여 공부가 더욱 풍부해지고 문장이 더욱 정밀해지기를 기다려서, 마치 숫돌에 갈려 날이 선 태아(太阿 보검 이름)가 자르지 못하는 것이 없는 것처럼 된 뒤에 세상에 나가 쓴다면, 무슨 일인들 순조롭지 않겠는가.

과거 시험은 실로 작은 일이고 사마시는 그중에 더 작은 것이니, 사마시에 붙고 떨어지는 문제는 종제에게 말할 가치도 없다. 그러나 활쏘기는 말단적인 기예인데도 군자는 그것을 중시하여 인자(仁者)의 법도가 된다고까지 하였으니, 이는 자신을 이긴 자를 원망하지 않고 패한 원인을 자신에게 돌이켜 찾기 때문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과거 공부를 하는 사람이 시험관을 탓하는 마음이 조금도 없고 자신만 반성할 수 있다면, 그 중시할 만한 가치가 어찌 활쏘기만 못하겠는가. 여기에서 시작하여 인(仁)을 행하는 데로 나아간다면 그 행하는 방법이 또한 이것을 벗어나지 않을 것이다.

吾從弟季達。發解今年司馬。旣而覆試不利。余蓋俯而弔。仰而賀也。昔曹沫爲魯將。嘗三敗於齊矣。及葵丘之會。手一劍劫萬乘。而反三戰之所喪。猶掇之也。是豈其勇怯殊哉。亦激於奮也。蓋奮者。勇之倡。失者。得之機。不奮則不鼓勇。不失則不能爲必得。今吾弟旣奮於一失矣。因是而鼓厲勇氣。期於必得。可左券契也。余視世之人。應擧一不得。則必怨有司者。是惑也。夫以吾弟治聲詩爲擧子業。何遽不若今之徼倖佹得者。而其視百發穿楊者。則不翅未至。是亦可責之有司者已乎。吾弟其自今益發憤自勵。日肆力於經籍。浸涵菀積。發之文辭。俟業益富藝益精。如太阿之發於硎而無不可剸也。而後出而試焉。將何往不利。科擧。固小事。而司馬。又其小者。其得失。本不足爲吾弟言。然以射之爲末藝而君子猶重焉。至以爲爲仁者則。則亦以不怨勝己者而反求諸己也。爲擧業者。誠能無責有司者之心。而唯己之反焉。則其可重豈猶不若射。而由是而進於爲仁。其術亦不外是矣。

출처: 한국고전종합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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